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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甦生)

사마리아 | 2016.11.19 12:51 | 조회 640

1.

눈을 감으면 잠의 나락으로 끝없이 빨려들었고 눈을 뜨면 육신의 고통에 허우적대면서 냉동 풀린 오징어 모양새로 방바닥에 널 부러진 나날을 보냈다. 물 한 모금조차 목으로 넘기는 것이 힘겹고, 머리를 바닥에서 뗄 수도, 눈을 뜨고 빛을 바라보는 것조차 버거운, 몸에 살()의 기운이 엄습하는 시간이 흘렀다. 자고 깨고의 반복이 물에 빠진 사람이 살려고 허우적거리는 모양새와 닮아 있다. ‘어푸, 어푸하다 결국 발을 땅에 디뎠고 모습은 초췌해도 살아나왔다.

 

지독한 몸살을 이겼다. 뭍으로 걸어 나오는 자의 비틀거림은 있었으나 산 자의 반열에 든 자로 생명(生命)을 잇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물을 마셨고 우유에 물을 희석해서 넘겼다. 밥알을 갈아서 삼키고 약을 털어 넣으니 눈을 뜨고 빛을 볼 수 있는 기운이 생긴다. 아직은 땅바닥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듯이 휘청거려도, 일어 설 수 있는 직립 보행 형 인간의 모습이 갖춰지니 불현 듯 엄마가 보고 싶다. 전화를 했다. 끊고 나니 힘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2.

엄마는, 늙었고 약해지셨다. 당신에 대한 것은 일체 요구하는 것이 없는 분인데, 가을이 꽃게 철이라고 몇 번 이나 말씀하신다. 가까운 소래포구에 다녀오고픈 눈치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모시고 가지 못한 것이 맘에 걸린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야지.’

싱싱한 꽃게를 사야지.’

그리고 엄마를 뵈리라 맘을 먹으니 딛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꽃게를 사고 요즘 들어 몸값이 치솟은 갈치도 큰 맘 먹고 두 마리나 질렀다.

랄 라 룰 루~~~ 콧노래 부르며, 푹 쪄 낸 꽃게 껍질을 벗겨 부모님 앞 접시에 놓아 드렸다. 모처럼 맛나게 드셨다는 두 분의 모습에 일일 연속극까지 맞장구치며 시청하고 집으로 오는 여유를 만끽했다.

 

3.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딸의 행보를 미수(米壽)를 앞둔 친정아버지가 배웅 나선다. 만류(挽留)해도 소용없다. 끝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전철역까지 걸으며 밤길 조심하고, 오토바이가 사나우니 길 건널 때 멀리까지 살펴보라는 당부의 말씀을 듣고 들으며 집으로 왔다.

손 시릴까 낀 장갑을 벗어주시고 주머니 속의 꼬깃한 마스크도 쓰고 가라고 하신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우리 삼남매가 아무 탈 없이 살아줘서 당신은 행복한 늙은이라고 하시며 엄마에게도 몸이 아프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다니라고 하셨다는 말씀에 가슴이 미어진다. 병원에 가는 것이 당신들의 고통을 줄이려하는 것보다, 자식들이 걱정할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깊고 진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 연고(緣故)이다. 차안에서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목으로 삼키며 먹먹한 가슴을 안고 집으로 와서 전화를 돌린다.


엄마 나 잘 도착했어.”

그새 갔어? 빨리 갔네.” “피곤한데 어여 자.”

! 아버진 잘 들어 오셨지?”

그럼 벌써 들어왔지.”

알았어요. 얼른 주무셔.”

그래

 

소생(甦生)의 원천인 소소(小蘇)한 일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기약은 없지만 끝내는 날까지 행복의 미소를 안겨드리는 것이 자식의 본분이라 다짐하며 한 날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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