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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게 하는 배봉(排峰)

사마리아 | 2016.08.06 09:37 | 조회 598

너무 너무 덥다는 표현은 약하기 그지없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태워버리기라도 할 듯이 내리쬐는 태양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문을 꽝하고 닫아버리든지 아니면 어디로라도 도망가는 게 상책인 날이 연일 계속된다. 대책이 없다, 방콕이 아니면 대안이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가 아니라 너무 더워서 앞발 뒷발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며 오기가 생겨난다. ‘널브러짐만이 능사는 아니기에 냉장고에서 나온 오징어처럼 축쳐진 몸뚱이를 곧추세우기로 했다. 배봉산을 오르자! 그래도 설마 산인데 널부러진 이 한 몸뚱이쯤이야 받아주겠지 하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서 그 뜨거움 속으로 발걸음을 쓩!하고 던져보았다. 아스팔트의 열기 쯤 단호히 이겨야지 하는 각오로 길을 건너 산 입구에 도달하니 역시 오기를 잘했다는 안도감이 몰려온다. 오후 7시라는 시간의 영향도 있겠지만 고개를 숙여도 별 손해 본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결정이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어릴 적 읊조리던 동요가 절로 마음의 무장을 해제 시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금은 너무 흔해 터진,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방부목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처음 이것을 놓기 위해 지극한 정성을 다했을 목수 아저씨들의 노고에 잠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아카시아 잎을 따서 옆지기와 가위 바위 보로 딱밤 맞기를 하며 즐건 산행을 이어갔다. 방부목 산책로가 끝이 나고 두꺼운 마대로 바닥을 고정시킨 산책로가 이어졌고 숨을 헐떡이며 영우원(永祐園)터에 이르러 의자에 앉아 한 숨을 돌리니 심장의 팔딱임이 어찌나 경망스러운지 두 손을 가슴에 올려 달래며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정상에는 문화재 발굴로 인해 출입이 금지되고 있어 정상을 비껴 돌며 산줄기를 따라 걷다보니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옥잠화’,등으로 군락을 이루어 조성해 놓은 꽃길이 이어진다. 비교적 숨소리도 고르게 돌아오고 각종 조약돌로 조성된 지압코스를 통과하니 다시 운동기구가 있고 훌라우프가 눈에 들어온다.

훌라우프를 허리에 걸쳐 몇 번 휘둘리고 운동기구에 살짝 살짝 무거운 몸뚱이를 걸쳐보며 중간 휴식을 마치니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 펼쳐진다. 어린애 마냥 신발을 벗어 양 손에 들고 황톳길을 걷노라니 발바닥 닿는 감촉이 좋다. 적당히 건조되어 흙이 발바닥에 달라붙지 않고 적당한 까실거림이 새롭다. 황톳길이 끝났지만 신을 신지 않고 계속 올랐다. 좀 전과는 다른 류의 까실거림을 넘는 꺼끌거림을 견디고 걷다가 꺼끌거림을 넘는 따가움이 느껴질 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눈에 뜨였다. 발바닥을 신발 바닥으로 마주치며 흙도 떨고 내 마음의 널부러짐도 떨어냈다. 그렇게 다시 정상을 비껴가며 영우원터에 앉아 잠시 정조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어린 세자의 절절함.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자신이 절절히 사랑해야 했던 아버지 사이에 서있던 정조의 마음이 오버랩으로 내 마음에 달라붙는다. 얼마나 아팠을까? 너무 절절했을 어린 정조의 눈물이 내 볼 줄기를 빌려 흘러내린다. 찡한 마음을 안고 내려오는 길은 이미 많이 어둡다. 옆지기의 손도 마음도 의지하며 또한 컴컴함을 헤치는 그의 기합소리도 의지하여 밝음이 눈부신 거리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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