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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배봉(排峰)

사마리아 | 2016.08.07 10:36 | 조회 665

배봉에 또 갔다.

바람이, 들고 나는 숨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감사하고 편안하다.

방부목 오름 길이 나타나니 더더욱 반갑기 조차하다.

완만한 경사를 주며 구비 구비 돌며 오름으로 인도해 주던 인자하던 길에 계단이 듬성듬성 나타나고 굵은 마대를 성글게 꼬아 바닥에 거칠게 고정시킨 경사로가 나타난다. 숨이 가쁘고 땀이 난다. 심장도 살아있음을 알리느라 팔딱임이 격해진다. 바쁜 숨에 쉼도 줄 겸, 팽팽해져가는 다리의 근육도 주물주물하며 정상의 여유를 느끼고 한결 여유롭고 느슨해진 몸과 마음으로, 하산한다. 내림 길이 오름보다 훨~~씬 긴 것을 두어 번의 산행으로 알아버렸다.

 

지압을 위해 조약돌을 고정시킨 곳에 이르러 지압도 하고 벗은 김에 맨발 산행을 했다. 자연과 물아일치(物我一致)의 교감이다. 작은 돌과 마른 막대기가 발을 찌르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딛으며 제2 지압장소에 이르러 발바닥에 묻은 오염을 떨 듯이 훌훌 털고 경건한 마음으로 황톳길에 들어서면 비로소 목적지 벗어났던 네비게이션이 방향을 찾듯이 마음이 차분해 진다.

느껴보고 싶다. 어린 시절 발바닥을 부드럽게 마찰하며 간지러움과 미끌함으로 어루만져주던 그 흙의 느낌을, 그래서 까르르웃음을 동반하던 차지고 부드럽던 흙의 감촉을. 그러나 그건 없다. 까실한 느낌이 이미 두꺼워지고 무뎌진 발바닥을 통해 신을 신지 않았음만을 느끼게 할 뿐이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펼쳤던 양산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꺼끌거리는 맨발의 산행을 보태기 해서 한참을 걷고 걸었다. 두껍고 무뎌진 발바닥이 신음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를 때 의자를 찾아 앉았다. 손에 들린 신발로 발바닥을 향해 힘을 다해 세게 내리치니 정신이 번쩍!!!난다. 차지고 부드런 미끌거림이 동반되는, 시간, 장소 그래서 까르르웃음이 쏟아지던 그런 것을 바라는 망상에서 벗어나는 죽비소리 같은 신발치기로 다시 벌떡 일어서 발걸음을 내딛는다. 깊은 숨 한번 들이마시고, 내는 숨길게 보내며, 뿜는 숨 한번 내는 숨 한 번, 들숨 날숨으로 내려오니 반가웁기까지 했던 편하고 익숙한 방부목 길과 추락을 방지해 줄 난간이 마주대해지며 안도의 숨을 나온다.

 

배봉을 오르고 내리며 땀을 흘렸다. 다리도 뻐근하다. 그런데 몸과 마음은 한결 가볍고 행복해 진다. 오름 내림이 지난 삶의 여정과 잇대어진다.

편하고 안전까지 보장받던 방부목 오름길이 부모님의 슬하에 머물던 어린 날의 모습이다. 거칠고 굵은 마대로 바닥이 고정된 산행은 진학과 씨름하며 삶에 반항을 시작했던 청소년기다. 숨도 차고 땀도 차서 피가 끓던 시절이다.

영우원(永祐園)터에서 잠시 사색했던 자리는 결혼할 즈음의 내 자리다. 할아버지의 사랑 앞에선 정조의 모습. 할아버지의 마음은 간직하고 아버지의 마음에 울던 어린 정조의 마음이 알고 싶어지는 자리다.

행복의 꽃동산만은 아니었다. 꿀을 얻는다는 미명하에 벌과 나비가 노닐었고 잡풀의 침략에는 언제나 열린 공간이었다. 정상의 자리는 달콤하고 달달했지만 잠시 후엔 하산이라는 기나긴 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하나가 아니었기에 여유롭고 느슨했지만 반면에 신을 벗고 지압 돌에 오를 때도, 좁고 비탈진 산모롱이를 밧줄 하나에 의지하여 지나기도 해야 했다. 돌고 돌며 정숙과 현숙에 갇혔던 자아를 툴툴 털고, 앞뒤로 팔을 격하게 흔들며 이크에크의 되도 않는 몸짓으로 춤사위를 펼쳤다. 배에 있는 가스가 분출 될 때는 뿡뿡힘차게 쏟아내는 배짱도 생겼다. 산행 끝에 얻은 흥건한 땀쯤이야 하산점에 구비된 콘프레셔의 공기를 이용해 한방에 날려버리고 오름 내림과 배봉을 잇대며 신발과 발바닥을 잇대는 삶의 노련자가 되어 간다. 단지, 표고 110m를 오르고 내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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