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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사마리아 | 2016.09.24 10:23 | 조회 1043

1.

재미있게 고무줄놀이를 하던 그룹이 있다. 학교에서도, 학교 끝나도 모였다.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거꾸로 서서 높이 들린 고무줄을 땅으로 끌어내려서 고무줄을 하는 것을 전문가(?) 용어로 사까락질을 한다고 했다. 의미도 모르면서 고무줄 업계(?)에 이어온 단어인지라 우리도 즐겨 사용했다. 땅바닥에서 시작된 고무줄이 발목을 거쳐 무릎 허벅지를 지나 가슴 머리를 통과하면 손을 높아들어 만세, 만만세의 위치에 올린다. 그 높이의 고무줄을 끌어내려 종아리에 휘감아 놀이를 끝내는 자가 승자가 되는 게임이라 승패는 사까락질에 달려있다. 그래서 그 을 잘하는 친구가 고무줄 업계, 더 나아가 여자애들의 우상이 되던 시절이다. 그런데 머리나 만세를 하는 단계에 이르러 고무줄을 끊는 고약한 아이가 있었다. 그때 끊어진 고무줄은 얼굴을 강타했고 눈을 공략하기도 해서 놀이의 맥이 끊어지는 것은 차지하고 부상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행위였다.

그 시절에 학교를 주름잡던 남학생이 있다. 아이를 못 낳던 부모님이 정성에 치성(?)을 드려 늦게 본 아들인지라 오냐오냐하며 키웠단다. 학교에서도 그 오냐오냐의 근성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교실에서나 선생님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 근성이 나타나는 곳은 여자애들이 모여 놀 때이다. 고무줄을 끊는 일과 공기놀이를 훼방 놓는 것은 다반사였기에 그 아이가 선뜻 모습이라도 보일라치면 서둘러 놀이를 접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던지 놀이를 끝내야 했다. 나름대로의 재미에 푹 빠져 까르르웃음을 날리던 시절인지라 그 아이는 모습은 저승사자의 출현이었다.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놀이를 놀이로만 여기던 시절인지라 별 도움이 되지 않고, 남학생이 갖는 행동발달의 단계로 인식하고 계신 선생님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었고, 혹여 지적을 해도 그 때 뿐이었다. 그 아이의 행동에 상처받고 시달리던 여자애들의 심정은 갸갸김일성 원수와 거의 동급으로 인식되던 시절이다.

 

2.

수업이 끝나고 청소가 시작되면 각자 정해진 담당구역으로 흩어져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고 집으로 간다. 양동이를 들고 수돗가를 선점하러 달린다. 그때는 양동이를 빠께쓰라고 일본말을 썼다. 양동이를 순서대로 늘어놓고 기다렸다가 물을 먼저 받아가는 반이 청소가 빨리 끝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먼저 온 순서대로 양동이를 늘어놓고 한발 늦은 아쉬움을 나름대로 토로하는 귀여미들의 집합소가 수돗가다. 순서가 되어 수도꼭지에 빠께스를 걸어 놓고 물을 받으려는 찰나에 그 아이가 등장했다. 선생님 안 계신 곳에서 악명(?)은 전교 제일 이었기에 그 순간에 수돗가의 움직임은 베데스다 연못가의 요동처럼 소리 없이 그러나 강하게 느껴져 온다. ‘저벅! 저벅!’ 당시의 내 귀에 들려온 그 아이 발자국 소리다. 철철철 하얀 수돗물이 쏟아지는 우리 반 걸레 빨 물, 아니. 우리 반 아이들이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생명수의 물이 바닥으로 동댕이쳐지는 순간, 생명수를 책임진 내 마음속에서 용기가 솟았다. 어쩌면 조금 전까지 동지라 느꼈던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나에게 그런 용기를 주었는지 모른다. 있는 힘을 다했지만 그 아이의 위엄(?)과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에 내 목소리는 모기소리처럼 앵앵되어 그 아이 귀에는 전해지지 않았는지 욕설과 함께 발이 날라들었다. 그 당시 그 아이 키는 160은 족히 넘었고 태권도 3단이라는 공인되지 않은 소문이 전교에 돌때였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지켜보는 눈들 앞에 무참히 쓰러지긴 싫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뻗었고 그 아이의 발이 닿는 느낌에 눈을 뜨니 그놈이 벌러덩 나자빠져서 씩씩대며 노려보고 있었다.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에 , 이놈 신 아무개하는 소리가 들인다. 돌아보니 감사하게도 담임선생님이 서 계신다. 할렐루야~~~

 

3.

경위는 이렇다. 신아무개가 발로 차려고 했고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막으려던 내 손에 우연히 그놈 발이 잡힌 것이다. 당시의 수돗가는 포장이 아니고 흙바닥이었기에 흘린 물이 바닥을 적셔 미끄러웠고 한쪽 발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나자빠진 것이다. ‘보이스카웃대장이며 6학년 3반의 담임이신 나의 선생님이 청소 진척도 볼 겸, 종례를 하러가다 그 광경을 목도하시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 그 아이는 보이스카웃대원이었다. 행동강령을 외우게 하셨는데 그 대목에 불의와 약한 자에 대한 것을 들어 지적을 해 주셨다. 합리적이고 공평했던 선생님의 훈계덕분에 사까락질의 명예를 지키며 룰루 랄라~~’ 발걸음 가볍게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던 그 날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요즘의 가을 하늘이 그렇기 때문인지 어린 내 마음에 정의롭고 공평함으로 정리하시던 그날의 선생님 모습이 그려진다. 그 후로 그 아이는 많이 점잖아졌고 진정한 보이스카웃 대원의 모습으로 성장하던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하마터먼 많은 아이들이 보는 흙바닥에서 개망신 당하고 쪽(?) 팔려 다녔을 나를 구해주고, 친구의 삶도 바른길로 인도해 주시던 선생님이 많이 그립고 보고 싶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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