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전도사님이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후에 아직 몸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옆에서 그 과정을 전해 들으면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매뉴얼의 치밀하고 세심한 운영에 감탄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법의 두 가지 타깃을 알게 되었지요. 하나는 몸 안에 있는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사성 요오드를 경구 투여한 후에 몸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몸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법이라도 진즉에 폐기되었겠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오염수를 내년 3월,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건 이후 지금까지 일본 도쿄전력이 보관해오던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입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22일, 검토 결과 방류해도 된다는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위장녹색전술’(Greenwashing)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게 아니라 희석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낮췄기 때문에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변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오염수 안에 있는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오염된 수산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오면 ‘유기결합삼중수소’로 전환하면서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고위험물질로 알려졌습니다.
갑갑한 것은 대책이 전혀 없다시피 한 한국 정부의 모습입니다. 일본이 이렇게 내년 3월 해양 방류를 감행하면 빠르면 7개월, 늦어도 10개월이면 우리나라 앞바다에까지 오염수가 밀려온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에 중국이나 대만은 물론, 북한까지 주변 모든 나라가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일본 정부를 향하여 해양 방류는 매우 무책임한 행위일 뿐 아니라, 이를 시행할 경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한국 정부는 매우 온건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워딩이 이렇습니다. ‘일본 정부의 조치에 우려를 표명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입장은 ‘과학적인 검증이 먼저다’라는 것인데, 이와 같은 표현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똑같은 얘기라고 합니다(YTN,22.07.25).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불안해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방사성 물질이 해산물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거나, 바다를 통해 방사성 물질에 인체가 계속 노출될 때 인체에 미칠 악영향은 이미 충분히 검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사능 물질이 암을 유발한다는 것, 신체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게다가 아직 가늠할 수 없는 해양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더더욱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아낼 수 있는 길은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방류가 아니라 육지에 보관하고 있다가 방사성 물질이 반감기가 지나면 그때에 처리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일본의 입장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방류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말합니다. 효율성이 가장 큰 가치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명을 돈과 바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생각하면 원전 오염수 문제는 인류 모두의 문제이면서 특히 바다를 함께 연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 모두의 현안입니다. 원전 오염수 문제 해결을 위해 비용 문제를 포함해서 머리를 맞대고 이를 논의할 수만 있다면 이것이 한 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한국 정부가 국민을 설득해서 방사성 물질 반감기까지 오염수 보관 비용 일부를 보전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다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우리 바닷가에 밀려오는 쓰나미를 맞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때에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일상을 자랑할 수 있을까요? 병원마다 방사성 밀폐실을 설치해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라도 한치의 물샐틈없이 관리하는 이 대단하고 치밀한 일을 여전히 의미 있는 일로 여길 수 있을까요?
-이광섭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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